농촌 여자의 힘
새벽 네 시에 일어나 밥하고 빨래하고
동트기 무섭게 산에 올라가 고사리 끊고
마늘쫑 나오기 바쁘게 끊어 내고
점심 먹으러 가다가 고추밭 살펴보고
하루라도 짬 나면 품 들러 가고
일로 늙어 아픈 삭신 펴고 걷는 품이
엉덩이 빼고 젖가슴은 내밀어
언제 몸매 반듯한 여인이었을까 싶어도
어디 가서 말 한자리 못 할 것 같아도
농촌 여자는 강하단다
흙먼지 묻은 옷은 예사롭고
뙤약볕은 자주 고운 살결을 그을리지만
손 가는 곳마다 자식을 키워 내고
농작물도 자식 키우듯이 사랑하여
제 몸이 늙는 것만 아쉬울 뿐
손발이 몇 개씩 되는 것이 원이란다
얼마나 말을 잘하는지
일 속에 자연 속에 터득한 생각이
글 한 줄 읽어 본 적 없는
농촌 여인네 입에서 드세게 쏟아진단다
웃는 소리도 거칠 것이 없고
경우에 없다면은 삿대질에 고함에
세상을 누를만한 오기가 있단다
밤낮을 일만 해도 쓰러지지 않는
질긴 어머니의 힘이란다
출처: 농촌 어머니의 마음, 김순복, 도서출판 황금알