남해 金山寺
안개 뚫고
남해 금산사에 오른다
안내인은
경치가 보이지 않는다고
애석해 했지만
내 허약한 몸에
정수리를 쪼개는
햇볕이었다면
비가 쏟아졌다면
어찌 이곳에 올랐으리
벼랑에 선 금산사
거룩한 신심이여
오르내리며 절을 지은
그 넋들은 지금 어디에
수미산에 안좌해 계시는가
소망 여쭙고
내려오는 중생
수많은 중생
싸구려 흰 블라우스에
해맑은 얼굴들
하루 벌어 하루 사는 백성들
참으로 그들이 희망이로구나
출처 : 울리들의 시간, 박경리, 나남출판